연재 가족의 < 아름다운 Day 돌 기념 기부> 나눔 이야기
“딩동!”
봄이 시작되는 3월의 경칩, 만물이 깨어나며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에 반가운 문자 소리가 울렸다. 돌잔치가 막 지나고 정신이 없을 와중에 인터뷰를 요청한 간사에게 고맙게도 먼저 인터뷰 일정을 물어 온 기부자의 초대. 봄을 시샘하듯 찬 바람이 불었지만, 기부자님의 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고 온기가 가득했다. 도착하자 소파에 앉아있던 아기가 방긋 웃었다. 지난주 돌잔치를 한 아기는 처음 보는 우리들의 손을 잡고 방안 이곳저곳을 데려갔다. 낯가림 없이 연신 웃는 모습이 눈길을 끄는 연재의 부모님과의 만남이 봄을 맞이하듯 기다려지고 설레었다.
운명처럼 만난 ‘뽀로로 나눔 동화책’과의 인연
동갑내기 부부인 강수현(32), 조현호(32) 부부는 비용을 들여 손님들을 초대하는 어른들의 관점이 아니라, 연재에게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위에 돌 소식을 알리지 않고 가족만의 조촐한 돌잔치를 하기로 했다. 그때 강수현씨의 친정어머니가 아름다운재단의 돌 기념 기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어머니가 어디선가 뽀로로 나눔 동화책을 보시고는 돌 기념 기부를 추천해주셨어요. 집안일을 할 때 가끔 연재에게 뽀로로 영상을 보여주곤 하는데 집중하면서 재미있게 봐요. 좋은 일에 기부도 하고, 연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진과 뜻깊은 메시지가 나눔 동화책에 들어가니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돌기념 기부가 교육영역 지원을 위해 뜻 깊게 쓰인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동갑내기 부부의 특별한 데이트
미대를 준비하는 입시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강수현씨와 포스터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연구원인 조현호씨는 대학생 때 만났고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다. 연애 당시를 회고하던 강수현씨의 얼굴이 웃음으로 희미하게 번진다.
“남편과 데이트할 때 서로 되고 싶은 리스트를 적어 놓고 미래의 우리 모습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어요. 그중에 ‘함께 나누는 삶’에 대한 얘기도 있었죠. 학생 시절 남편은 공부방 학습동아리 활동을 하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의 부족한 공부를 도와주곤 했어요. 그래서인지 나누며 사는 삶에 대한 고민은 항상 우리 부부에게 삶의 한 부분이자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
나눔은 부부에게 희망사항처럼 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두 사람은 ‘기부를 왜 해야 하는가?’ 라는 당위성보다는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삶의 한 부분인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언가 특별한 사람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서툰 사람도 할 수 있고 나누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전해주었다.
결혼한 이후에는 기부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여러 기부단체에도 정기후원을 하고, 때때로 집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기증하고 있다. 특히 미래를 위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흔히 눈에 당장 보이는 문제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기부에 대하여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도 하고 종종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는 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돌 기념 같은 생애주기 기부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니까 아기를 낳은 주위 친구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요.”
특히 이들 부부가 기부나 나눔에 대한 관점이 어떤 면에서는 서로 다른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강수현씨가 감성적으로 움직인다면, 남편은 기부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이야기를 잘 풀어간다고 했다. 이날 남편은 일 때문에 뵐 수 없었지만, 부부의 나눔과 삶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서로 생각의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균형 있게 맞추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미래의 연재를 그리며
“삶에서 기쁜 순간도 있고 어려운 고비도 맞이하겠지만, 연재가 사랑을 주고받으며 배려하고, 또 받은 사랑을 나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명절에 받은 세뱃돈을 모아서 1년에 1번씩 기부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요. 저는 엄마로서의 삶, 역할, 모성에 갇혀서 제약을 받고 싶진않아요. 그저 연재가 스스로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조력하고 싶어요.”
더불어 강수현씨는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건강하고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더 좋은 삶으로 연결되도록 신중하고 공정한 투표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재가 아기라서 지금은 뽀로로 나눔 동화책을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자신이 태어난 지 1년이 되던 날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연재에게 이것이 단지 추억거리에 그치지 않았으면 해요. 생애 첫 기부가 함께 나누는 삶의 시작으로 이어지길 바래요.”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봄날, 나눔의 씨앗을 퍼트리는 이들 부부와 연재에게는 반짝이는 행복이 함께하고 있었다. 새싹이 돋아나는 경칩에 태어난 아이, 연재가 나눈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음으로써 다시 생명을 이어가길 희망해본다.
글 허나영 ㅣ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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